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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의 서재

재판이야기 2 행정사건

박찬호님    작성일2022-04-01 11:43:58

행정사건은 주로 행정청을 대상으로 국민의 권리, 의무에 영향을 미치는 처분의 위법을 다투는 소송을 일컫는다. 판사님들 사이에서 행정재판이 재판의 꽃이라고 이야기하곤 하는데, 그 이유는 행정사건의 경우 사실관계에 대한 다툼은 크게 없고 주어진 사실관계를 두고 법령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가 주로 쟁점이 되어 법률가로서의 실력을 여실히 발휘할 수 있는 재판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변호사의 경우에도 크게 다르지 않다.

사실 행정재판에서 행정청을 상대로 승소하는 비율이 다른 재판에 비해서 높지 않은데, 그것은 행정청 자체적으로 법령 해석 능력이 크게 떨어지지 않고, 행정처분을 취소시킨다는 것이 법률관계의 안정성을 훼손하는 측면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사례에서 사실관계를 면밀히 들여다보고 관계법령을 심도 있게 검토하다 보면 재판을 통해 억울함을 구제할 수 있는 사건이 적지 않고, 실제 충실한 변론과 법리 주장을 통해 재판부를 설득하는데 성공한 경우 역시 적지 않다.

간간이 우리 사무실에서 진행한 행정사건에서 승소율이 낮지 않은 것도 그 때문인 것 같다.

 

특히 기억이 나는 것은 조세와 관련된 소송으로, 거액의 억울한 세금 부과처분들에 대해 소송을 통하거나, 이의신청을 통해 승소한 사례들이다.

 

한 사건은 영세율이 적용되는 것으로 착각한 나머지 영세율 세금계산서를 발급하였다가 과세관청의 현장확인을 통해 세금계산서가 잘못 발행한 것이 적발된 후 수정된 세금계산서를 발급하였으나, 과세관청에서 부가가치세법 시행령상 경정할 것을 미리 알고 있는 경우에 해당하여 수정세금계산서를 발급할 수 없다는 이유로 10억 원에 육박하는 부가가치세 환급을 거부한 사례이다.

관계법령의 입법취지, 조세법규의 유추해석금지 원칙, 법령개정시 기획재정부 장관의 일부개정령안, 국세청 심사결정례, 수정 세금계산서 발급과 영세율 계산서 발급의 경제적 차이 등 다양한 해석론과 주장을 통해 착오로 인해 거액의 손실을 보게 된 의뢰인의 억울함을 해결해 드리기 위해 노력하였는데, 다행히 재판부에서 우리 사무실의 해석에 손들어 주었고, 과세관청 역시 제1심 판결에 승복하여 의뢰인 회사의 악화된 자금사정을 단숨에 해결해 줄 수 있었다.

또 하나의 사건은 대규모 담배 밀수 사건과 관련된 세금부과 사건이었는데, 의뢰인은 회사의 과점주주였기 때문에 2차 납세의무자로 주식의 비율만큼 거액의 세금을 납부할 수밖에 없는 억울한 처지가 되었다. 관계법령상 세금부과대상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과세관청에서 밀수대상 담배의 도매가격을 기준으로 매출액을 추산하였는데, 관련 자료들에 의하면 실제 거래된 가격은 그에 현저히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었고 형사사건의 범죄일람표에 기재된 금액 역시 추징액을 산정의 기준을 정한 법률 때문인 것에 착안하여, 일괄해서 도매가격을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실질 과세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주장과 함께 관련자료들을 충실히 구비하여 제출한 결과 다행히 이의신청 단계에서 잘못된 부분을 바로 잡을 수 있었다.

과세관청은 처리할 업무가 많다보니 일일이 하나하나의 사건들을 심도 있게 검토하는 것이 쉽지 않은데, 위 사건의 경우 과세관청에서 미처 챙기지 못한 부분을 주장, 입증할 수 있었고 과세관청에서 이의신청을 받아들여 다행히 소송까지 가지 않고 조기에 권리구제를 할 수 있었다. 병원과 변호사 사무실은 최대한 빨리 가야 한다는 것을 이 사건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만약 이의신청 단계에서 제대로 권리주장을 하지 못해 소송까지 가게 되었다면, 아마 수년에 걸쳐 대법원까지 가서도 권리구제가 가능하였을지 장담할 수 없는 사건이다.

 

그 외에도 언론에서 갑질을 하였다고 크게 보도되었던 구의원 사건 역시 수임할 당시에는 악화된 사회여론으로 인해 과연 행정소송을 통해 권리구제가 가능할지 의문스러웠고 소송 초기 집행정지조차 기각되는 등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항고를 통해 집행정지 결정을 받은 연후 본안소송에서 언론에 보도된 것과 다른 여러 가지 사정이 있는 점을 입증하여 승소판결을 받을 수 있었다.

 

행정사건의 경우 법률가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반면, 그만큼 변호사의 실력이 요구되는 사건이다. 일본의 경우 행정편의주의 경향이 심해서 행정소송을 통해 권리구제를 받는 것이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는 것보다 어렵다고 하지만, 다행히 우리 법원은 개인의 권리구제에 그만큼 인색하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