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은 음양이 있고 이는 다시 목화토금수의 오행으로 나뉘어진다.
목은 동쪽으로 仁을, 화는 남쪽으로 禮를, 토는 중앙으로 信을, 금은 서쪽으로 義를, 수는 북쪽으로 智를 상징한다. 그래서 동대문은 흥인문, 남대문은 숭례문, 서대문은 돈의문이라고 명명하였다.
인지예지신은 사람이 마땅히 갖추어야 하는 기본적인 덕목이다.
인의예지신을 두루 갖춘 사람이 되는 것은 너무도 어려운 일이지만, 법조인들도 마땅히 인의예지신을 갖출 수 있도록 지향하여야 한다.
仁은 그 중에 으뜸이 되는 덕목으로 어질고 인자함 즉 사랑을 뜻하며, 나머지 의예지신은 모두 인에서 파생된 덕목이다. 타인과 세상에 대한 사랑 없이 사익만 추구한다면 제아무리 사법시험을 수석합격하였고 잘나가는 법조인이라고 하더라도 진정한 전문가라고 할 수 없다. 주어진 영향력이 커지면 오히려 세상에 더 큰 해약만 끼칠 뿐이다. 열과 성을 다하여 타인의 말이든 하소연이든 듣고 이해하고 판단하는 모든 과정이 仁에서 비롯된다. 교만한 마음에서 자신이 가진 한웅큼도 되지 않는 지식과 경험을 과신하여 타인의 말을 제대로 듣지도 않고 미리부터 결론을 재단한다면 이 역시 훌륭한 법조인이라고 할 수 없다.
義는 맹자가 설파한 덕목으로 사회와의 관계에서 仁으로부터 파생된 덕목이다. ‘각자에게 각자의 몫을’이라는 유명한 금언이 있듯이, 義롭다고 함은 공정하게 옳고 그름을 가릴 수 있는 추상과 같은 단호함이다. 법조라는 곳이 사회라는 공간에서 옳고 그름을 가리는 절차라는 면에서 義와 친숙한 측면이 있다. 여담이지만 사주에 금이 많은 사람이 법조인이 되는데 유리하다. 다만 의로움 역시 인자함이라는 타인에 대한 사랑에서 파생된 것이니, 의로움에 지나치게 편중되어 본체인 인자함을 잊어버리고 편향된 판단에 이르게 되지 않도록 항상 경계할 것이다.
禮는 겸손함이다. 교만하지 않고 스스로를 항상 돌이켜 보아야 한다. 법조인들은 대부분 머리가 좋고 경쟁사회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기에 자칫 겸손함을 잊어버리고 교만해 지기 쉽다. 하지만 세상의 일은 너무도 복잡다기하고 생소한 분야가 많으며, 직접 경험하지 않은 일을 재구성해서 판단할 수밖에 없는 업무의 속성상 자신의 무지할 수 있음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진실에 한 치도 다가갈 수 없다. 훌륭한 법조인이라면 더욱 겸손해야 한다.
智는 법조인의 필수조건이다. 스스로를 전문가라고 칭하려면 항시 전문적인 지식과 역량, 경험을 갖추고 유지함에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법률이라는 난해한 바다에서 풍부하고 깊이 있는 법률지식과 경험과 성의가 없이는 무사히 바다를 건널 수 없다. 참으로 어려운 숙명이다.
信은 서로 소통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믿음이고 어느 한 곳에 치우치지 않은 중용의 도이다. 공정함은 실체는 물론 절차에서도 피상적이 아니라 실질적이어야 하고, 대립당사자의 한 편에서 주장을 함에 있어서도 중용의 도를 지키지 않으면 그 주장에 설득력이 없다. 진실은 어느 한 편이 아니라 중간 어느 지점에 있을 수도 있다. 가끔은 오랜 시간과 노력을 들인 성공보다 신속한 타협이 타인에게 이로운 때도 있다.
박찬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