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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의 서재

돌김과 고돌배기 김치

박찬호님    작성일2017-04-28 15:05:24

지난 주말 여수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지난여름 하계수련회를 여수로 다녀왔는데 그 정취와 음식 맛이 그리워 다녀오자마자 계획한 오랜만의 가족여행이었다.

처음 일정은 돌섬(돌산이라고도 한다) 구석에 있는 향일암이었다.

굽어진 도로를 제법 달리고도 생각보다는 가파른 언덕길을 올라서야 했지만, 가파른 절벽 틈 사이를 지나서 만난 시원한 바다 풍경은 그 동안의 수고로움을 한 순간에 잊게 했다.

내려오는 길에는 돌섬의 명물인 갓 김치, 고돌배기 김치, 김 등을 파는 가게들이 줄이어 있었다.

건강해 보이는 시골 아가씨의 호객행위에 이끌려 돌김을 파는 곳에 들렀다.

가격을 물어보니 백 오십 장에 만 칠천 원, 보통 시장에서 파는 것보다 비싸게 느껴졌지만 관광지라서 그러려니 하고 약간의 흥정 끝에 구입을 했다.

처는 ‘관광지보다 시장에 들러 사면 더 싸게 살 수 있을 텐데’라고 하며 약간의 눈총을 주었지만, ‘이때가 아니면 언제 여수의 돌김을 맛볼 수 있느냐’고 대꾸를 했다.

좀 더 내려와서는 내가 평소에 좋아 하던 고돌배기 김치를 만 원에 샀는데, 주인장에게 ‘왜 무 말랭이가 섞여 있는지, 쓴 맛이 덜하다느니’하는 투정을 하는 바람에, 처로부터 ‘기왕에 사는 물건, 왜 주인장 기분 나쁘게 그런 소리를 하느냐’는 면박을 받아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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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순간을 다시 느끼려고 기념으로 산 음식들이었을 뿐인데...

돌김의 진한 바다향, 고소하고 바삭함은 그 동안 먹었던 어느 김에도 못지않았고, 만 원에 산 고돌배기 김치 역시 한 동안 내 밥상의 주인공이 되는 엄청난 가성비를 자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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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오늘 아침 여느 때와 같이 돌김과 고돌배기로 맛있는 식사를 하다가...

짠 바다의 바람과 파도를 이기고 오랜 기간 김을 키우고, 채취하고,

굽어진 허리에 불구하고 사랑하는 가족들을 위해 척박한 땅을 일구고 그 곳에 씨를 뿌려 나물을 키우고 장만한,

섬 외딴 곳에서 평생을 살아오신 우리의 어머니, 우리 아들의 할머니가 흘린 땀과 눈물이 배어 있는 이 맛있는 음식에 목이 메어 왔다.

혹시나 호구 소리 들을까봐 흥정하고 투정하고 의심했던 내가 부끄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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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온 나라가 어수선한 지금,

과연 국민의 위한 정치를 하겠다고 높은 자리에 있는 그 분들은 ‘자신의 밥상에 차려진 그 산해진미들이 누구의 땀과 눈물로 만들어진 것인지’, ‘그들이 사는 집, 그들이 타는 차, 그들이 입는 옷이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지’를 한번이라도 생각해 보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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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처는 이렇게 이야기를 한다.

‘당신, 콘크리트 지지층이 왜 있는지 알아? 우리는 최진실이 어렸을 때 얼마나 예뻤는지, 최진실이 왜 자살하고, 그의 남편, 동생 등 주변사람들이 다 불행해진 것을 알잖아. 그리고 그의 자녀들이 어떻게 커 오는지를 지켜보고 있잖아. 나는 만약에 최진실의 자녀가 큰 잘못을 해도 한번쯤은 외로워서, 힘들어서 그랬을 거라고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아마 그런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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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젊은이들은 ‘왜 60대 이상 유권자들이 지금의 대통령에게, 새누리당에 미련이 있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분노한다.

그래도 우리는 분노해서는 안 된다. 그 분들은 우리의 부모님이고 우리 자녀의 할아버지, 할머니이고, 굽은 허리에도 땡볕에 손주들을 위해 땀 흘리시는 분들이니까.

그래야 우리 자녀들이 덜 부끄러운 대한민국에서 살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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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여수는 갱상도가 아니지...’

이제 오십 줄에 접어들려고 하니 한 번씩 깜박깜박하는구나.                                             

                                                                                                                                                  2016. 12. 겨울에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