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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의 서재

재판이야기 6 변호사는 무슨 일을 할까?

박찬호님    작성일2022-01-24 15:46:59

변호사는 일은 적게 하면서 돈만 많이 버는 훌륭한 직업으로 알았다.

판사님들이 사건 기록검토 및 판결작성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입하고, 공무원인 판사님들보다 수입이 더 좋은 변호사들이 제법 있으므로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실제 개업해서 일을 해 보니 하는 일의 성격이 다를 뿐 변호사가 하는 일의 양도 만만치는 않다.

신건 상담, 진행 건 상담, 구치소 접견, 증거서류 준비, 기록 검토 및 서면작성, 재판출석 등등... 가끔 서울이나 제주도 재판이 걸리면 하루 종일 걸리기도 한다.

판사님들은 소송지휘권이 있어 자기 스케줄에 맞추어서 시간을 운용할 수 있지만, 변호사들은 판사님들의 재판일정에 맞추어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스케줄이 꼬일 때도 종종 있다.

 

의뢰인과의 상담은 실체를 파악해서 재판을 대비하기 위해 필수적인 업무인데, 가끔 자기에게 불리한 이야기를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숨기려 하기 때문에 재판에서 궁지에 몰리는 경우가 없으려면 진실 그대로 알아야 한다. 의뢰인의 말을 친절하게 경청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유능한 변호사라면 가끔 의뢰인의 말 속에서 모순과 의문점을 찾아내고 이를 해소하여야 한다.

그래서 가끔 변호사가 마치 형사처럼 의뢰인을 추궁하는 경우도 있는데, 오로지 의뢰인을 위한 것이니 오해할 필요가 전혀 없다.

 

그 뒤에는 우리 주장에 부합하는 증거를 최대한 준비해야 한다. 의뢰인이 도대체 어떤 자료를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없으므로, 의뢰인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 변호사 역시 오랜 경험과 전문적인 지식에 기초하여 의뢰인이 가지고 있을만한 증거들을 면밀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

 

증거수집까지 준비가 되었으면 법령, 판례 등을 분석하여 쟁점에 맞게 주장을 정리하여 준비서면 등을 작성하여야 한다. 적시에 증거신청을 하여 유리한 방향으로 증거가 제출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하고, 의뢰인의 이익에 맞게 때로는 신속하게 때로는 천천히 재판이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재판에 출석하면 길지 않은 변론에서 재판부가 하는 말의 숨은 뜻을 즉각 파악해서 대처해야 한다. 증거의 채택 여부, 기일의 속행 여부 등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재판부가 결정할 수 있도록 재판부를 설득하고 가끔 예기치 않은 상황이 전개되더라도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

 

뭔 놈의 변호사가 돈만 받고 뭘 하는지 모르겠다고 하는 불만은 오해인 경우가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