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재판은 아무래도 기억이 나는 사건들이 적지 않다.
그래서 지금 당장 생각이 나는 사건들만 쓰기에도 지면이 부족할 수 있을 것 같다.
형사재판의 변호를 하다보면 가끔 무죄추정의 원칙, 공판중심주의,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에 이르는 엄격한 증명의 요구, 불구속 재판의 원칙 등 형사재판의 기본 원칙들이 현실에서 제대로 구현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들 때가 없지 않지만, 형사재판을 누구보다 멋지고 아름답게 진행하시는 재판장님들 역시 적지 않고 그런 분들을 뵐 때마다 마음 한 곳에서 적지 않는 기쁨과 안도를 느낀다.
형사재판에 관해 가장 먼저 생각이 나는 것은 성범죄 사건 변호의 어려움이다.
과거 성범죄의 경우 친고죄 규정으로 피해자와 합의만 되면 형사처벌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고 그런 영향으로 전체적인 처벌강도도 낮은 편이었다.
하지만 그 후 언론을 통해 보도된 악랄한 성범죄, 피해자들의 강력한 처벌 요구, 피해자 보호의 필요성 등이 강조되면서 수많은 법률개정을 통해 전체적인 처벌형량도 높아졌고 친고죄 규정도 사실상 폐지되었다.
성범죄의 경우 사실상 두 사람만 있는 은밀한 공간에서 일어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신고하고 피해사실을 진술하면 재판에서 이를 뒤집는 것은 쉽지 않다. 더구나 2차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로 인해 피해자에 대한 증인신문 역시 조심스럽게 진행될 수밖에 없어 더욱 변론을 함에 있어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언론을 통해 종종 보도되듯이 실제 남녀가 사귀다가 서로 감정이 나빠졌다든지 등 여러 가지 이유에서 무고하게 피의자가 되는 경우도 없지 않다.
실제 성범죄로 구속까지 되었는데, 그 직후 문자메시지 내용이 공개되면서 상황이 급반전하여 피해자가 오히려 무고죄로 구속된 경우도 있다.
아무리 성범죄 사건이라도 피해 진술의 신빙성을 엄격히 검증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하지만 실무에서 대체로(?) 일관된 피해자의 진술을 뒤집기는 매우 어렵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공소사실과 반대되는 정황이 있는 경우에는 무죄 변론을 하더라도 괘씸죄까지는 되지 않고 어느 정도 그러한 사정이 참작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성범죄에서 무죄주장을 하면서 합의를 하지 않는 경우, 법원에서 유죄로 판단되면 실형을 각오해야 한다. 하지만 가끔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는 것이 무죄판결까지는 받지 못했지만 어느 정도는 무죄변론이 성공한 경우이다.
그렇다고 무턱대로 무죄주장을 하는 것도 위험하니 정확한 판단이 필요하다. 재판부에서 볼 때 일고의 가치도 없는 상황에서 피고인의 말만 듣고 하는 무죄변론은 괘씸죄로 매만 벌 뿐일 수도 있으니, 그럴 때는 피고인을 설득해서 사실을 인정하게 하고 피해자와의 합의에 노력을 다하는 것이 최선이다.
무죄주장을 해서 성공한 경우, 합의에 최선을 다하여 집행유예로 풀려난 경우 등 다양한 사례가 있지만, 성범죄와 관련된 내용은 피고인, 피해자 모두의 프라이버시와 관련이 있어 구체적인 내용까지 말할 수는 없다.
박찬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