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인, 의사를 두고 사람들은 전문가라고 한다. 법조인이나 의사는 서로를 부를 때 은어로 성씨 다음에 프로라는 말을 붙인다. 예를 들어 나는 박프로다.
지금 막 전문가를 포털사이트에 쳐 보니 ‘특정 분야의 일을 줄곧 해 와서 그에 관해 풍부하고 깊이 있는 지식이나 경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반드시 법조인, 의사만 전문가는 아닐 것이다.
그런데도 법조인, 의사를 대표적인 전문가라고 부르는 이유는 아마 자격을 취득하는데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해서 존중의 의미로 전문가라고 불러주시는 것 같다.
실제 법조인, 의사의 자격취득에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 그리고 고난도의 시험합격이 필수적이기에 대부분 전문가라고 칭할만 하지만, 자격 취득 이후 개인적인 노력 여하에 따라 그 의미가 반드시 같은 것은 아니다.
아무튼 법조인, 의사가 전문가라고 치자.
가끔 다른 의미에서 전문가를 생각해 본다.
법조인, 의사라는 직업에 적지 않은 시간, 노력, 고난도의 시험합격을 요구하고 그들을 전문가라고 존중해 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의 분야가 타인의 삶에 원하든, 원치 않든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 아닐까?
속칭 전문가라고 하는 법조인, 의사의 경우, 업무처리가 방만하거나 소홀하면 타인의 삶에 막대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기 마련이다. 다른 분야 역시 자신의 몫을 제대로 다하지 못하면 타인에게 민폐를 끼치지만, 그 정도에 있어서만큼은 법조인, 의사를 제치기는 어렵다.
그래서 법조인, 의사는 전문가로서의 자긍심과 책임을 절실히 느껴야 하고, 사회적 책무를 지게 된다.
그럼 훌륭한 판사, 검사, 변호사는 어떤 사람일까?
물론 나를 승소시켜 준 판사, 나를 무혐의 결정한 검사, 나를 승소시켜 준 변호사가 가장 고마운 사람인 것은 틀림이 없다. 새로운 삶을 가져다 준 의사선생님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어떤 판사도 양측을 다 승소시킬 수 없고, 어떤 검사도 무혐의 결정만 할 수 없으며, 어떤 변호사도 100% 승소할 없고, 어떤 의사도 모든 사람을 다 살릴 수는 없다.
어쩔 수 없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훌륭한 법조인, 의사는 케이스 바이 케이스일 수밖에 없는 숙명인가?
그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내가 존중하는 재판부는 나를 승소하게 해 준 재판부가 아니라, 재판과정에 당사자의 주장을 공정하고 성의를 다해서 경청하고 면밀히 기록을 검토한 후 고뇌 끝에 판결을 해 주신 재판부이다.
의뢰인들은 대부분 전문가가 한 노력을 알고 있고, 최선을 다했다면 결과가 좋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전문가를 원망하지 않는다.
변호사 역시 언제나 승소할 수는 없는 노릇이므로 패소를 감수할 수밖에 없는 숙명을 지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변호사로서 가장 고맙고 보람스러울 때는 승소한 사건의 의뢰인으로부터 고맙다는 말을 들을 때가 아니라, 재판에서 패소했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주셔서 고맙다는 따뜻한 말 한마디를 들을 때이다. 그 분들께 다시 한 번 고맙고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박찬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