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서, 합의서, 약정서, 각서, 차용증, 영수증.... 당사자들 사이의 법률관계를 정하는 내용의문서를 처분문서라고 한다.
처분문서에는 작성자의 도장이 날인되게 되는데, 그 도장이 내 것이 맞다고 하면 그 도장을 내가 날인한 것으로 추정되고 내가 그 도장을 날인한 것이 되면 그 문서의 내용은 진정한 것으로 간주된다.
즉 도장이 내 것이 맞다고 인정한 순간 그 처분문서는 곧바로 판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문서 즉 증거의 왕이 되는 것이다.
가끔은 처분문서의 내용이 실제와 다르게 적히기도 하고, 중요한 약정이 말로만 성립하고 처분문서에는 누락되기도 하고, 기재된 문구가 오해의 소지가 있게 적히기도 한다. 그 때 문제가 발생한다.
정으로 맺어진 사회이기 때문에 흔히 믿고 거래를 하면서 그 내용을 서류를 만드는 것에 소홀하기도 하고, 실제 처분문서를 만들 때에도 허술하게 만들기도 한다. 믿었기 때문에 서류를 작성하지 않았다는 말은 법정에서는 공기 속으로 흩어져 버리는 너무도 공허한 하나마나 한 말이다.
눈앞에 닥친 냉혹한 현실과 큰 이권에 눈이 멀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판사님 앞에서 사실과 다른 말을 하는지를 안다면 절대 처분문서를 제대로 작성하는 일에 소홀하지 않을 것이다.
정말 피눈물나는 노력 끝에 처분문서와 다른 진실을 입증하는 것에 성공하는 경우가 없지 않지만, 그것은 정말 가뭄에 콩이 나는 경우다.
처분문서를 정확하게 작성하는 것 그것이 서로 간의 믿음을 보장해 주는 보험이고 장차 있을 수 있는 힘들고 고달프기 그지없는 법정 다툼을 예방할 수 있는 유일한 방도이다.
참 아이러니한 것이....
형사재판에서는 열 명의 진범을 놓치는 한이 있더라도 한 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지 말라는 격언처럼, 매우 엄격한 증명을 요구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민사재판에서 당사자의 말은 주장에 불과하여 전혀 증거가 되지 못하는 반면, 형사재판에서 당사자의 말은 피해자의 진술증거로 탈바꿈하여 유죄의 유력한 증거가 되기도 한다.
그런 이유로 민사재판에서 이길 자신이 없는 사건을 형사고소를 해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고소사건이 유독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나는 개인적으로 그와 같은 실무관행에 매우 비판적인 입장이지만, 어쩌겠는가.
중이 절에 맞출 수밖에.....
박찬호님